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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사다난했던 일 년을 마무리하기 시작하던 지난 12월 초.

뒤늦게 베트남 쌀국수를 좋아하게 되어 주말마다 쌀국수집을 찾던 제게

아내가 "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있다더라"고

귀뜸해 준 것이 '화근'이었습니다.

다행히 인터넷에서 쉽게 아시아마트를 찾게 되었고

한결같이 열광적인 사용후기들을 읽으면서 '이거다' 싶었습니다.

쌀국수 세트와 월남쌈 페이퍼, 즉석쌀국수, 그리고 국수와 플레이버 몇 개를 추가해

배송료가 붙지 않을 만큼(;) 주문했습니다.

다음 날 물건이 도착하자마자 한 번, 그 날 저녁에 아내와 한 번,

그 다음 날 점심과 저녁에 한 번씩, 그리고 주말에 처남까지 셋이서 또 한 번...

그렇게 정신없이 쌀국수를 먹었습니다.

얘기를 듣던 처남이 말합니다.

"형은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서 참 좋겠어요.

  이렇게 좋아하면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인 것 같아요."

그랬습니다.

행복했습니다.

그리고, 그 행복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후기를 올리지 못하고 살아 온

지난 시간을 참회합니다(특히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해 주신 아시아마트 사장님 앞에서ㅠㅠ).

늘 마음 한 켠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그 속에 묵직한 빚이 자리잡은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.

쌀국수를 해 먹을 때마다 '이번에는 꼭 사진 한 장 찍어서 올려야지' 하고 다짐을 하건만

막상 그릇에 면을 담고 국물을 부으면 어찌 그리도 흥분이 되던지...

마지막 한 방울까지 정신없이 먹고 나서 텅 빈 바닥을 보게 되면

그제서야 '아차' 하며 한 쪽에 두었던 카메라를 민망하게 바라봐야 하곤 했습니다.

드디어 오늘...

오랜만에 냄비에서는 육수가 끓고...

마침내 면 위에 국물을 붓고 고명을 얹어 쌀국수가 완성된 순간

정신없이 달려들다가 '아차차' 하고는 결국 꿈에도 한이 되던 사진을 찍었습니다.

 마련한 재료를 조리법에 따라 조리하여 완성된 쌀국수를 먹어 본 사람들의

한결같은 첫 마디는 "똑같다ㅡ."입니다.

이전 사용후기에서 제가 주목한 점도 그것이었거니와

직접 맛을 본 결과 제 생각도 그랬고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.

쌀국수 전문점에서 먹던 그 맛, 그 향과 '똑같다'는 것입니다.

아... 오죽하면... '돈 굳었다'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(;;).

이제 다시는 쌀국수집을 갈 일이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.

아니, 기필코 쌀국수집을 다시 찾아가서 진정 그 맛이 이 맛이었는가! 

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.

주절거리고는 있지만 아직도 쌀국수를 향한 길의 초입에 선 초보입니다.

쌀국수의 고수(高手)는 역시 '고수(커리앤더)'를 즐길 수 있어야 하는건데

저는 아직도 쌀국수를 먹을 때 고수 이파리 두 개만 살짝 넣었다가 건져냅니다.

그 이상은 감당을 못하기 때문입니다.

(사장님, 챙겨주신 고수는 아직도 많이 남아서 냉동실에 보관한 채 잘 쓰고 있습니다^^;)

아마도 즐겨 찾던 쌀국수집이 '캘리포니안 퓨전'식이라 고수향이 짙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.

덕분에 고수향에 익숙해질 기회가 없었나 봅니다.

그러나 고수를 전혀 넣지 않으면 쌀국수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

제게도 서서히 그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.

쌀국수 고수가 되는 그 날이...